편지 한 통 받았다/이태일
국민학교, 중학교를 같은 학교 다녔고
그때부터 벗 되어 지금까지
때론 가까이 있어도 먼 듯이
아무리 멀리 있어도 가까이 있듯이
험한 숲을 헤치며 주저앉고 일어서고
삶에 퍼런 멍은 각자 짊어지고
편지 한 통 받았다
몇십 년 전 받아 보았던
펜으로 내 이름이 적혀 있는
편지 한 통 받았다
원래 그 친구가 시인이고
나는 받아쓰기나 하는 나뭇가지였다
5년 전 내 조카 동창회지에
그리움이란 시를 썼는데
"편지 한 통 받고 싶다"였다
낙엽 같은 글을 보여 주기 멋쩍어
같이 온 딸에게만 시를 보여 주었다
그 친구가 "Re:시마을 속에는"라는
꼬리를 달았던 줄 나중서야 알았다
서로 시 같이 살아설까?
시 속에는 눈물이 많은걸까?
시인들은 알겠지
눈물이 엔도르핀을 돌게 하고
기쁨이란 것을
울 엄마 삶의 마지막 날
멀리 있어 못 온다며 와이프를 보냈지
그 친구 어머니는 무슨 설움 가졌기에
지구 반대편에서 살다가
고국으로 오신단다
어렸을 적 "태일이 왔구나"라며
국수만 줄 수 없어
비싼 라면과 섞어 끓여 주신 분이
꼬부랑할머니 되어 미국에서 오신단다
40년 전부터 정신병으로
기도원에 있는 그의 동생이
쎅스 한 번 하고 싶다는 말을 들었을 때
이래서 눈물인가? 정인가?
소리치고 싶다. 인터넷 세상에서
펜으로 내 이름이 적혀 있는
편지 한 통 받은 사람이 누구냐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