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태일, 태라라
2011. 6. 8. 01: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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별 헤는 밤
윤동주
계절이 지나가는 하늘에는 가을로
가득 차 있습니다
나는 아무 걱정도 없이
가을 속의 별들을 다 헤일 듯합니다
가슴 속에 하나 둘 새겨지는 별을
이제 다 못 헤는 것은 쉬이
아침이 오는 까닭이요
내일 밤이 남은 까닭이요
아직 나는 청춘이 다하지 않은 까닭입니다
별 하나에 추억과 별 하나에 사랑과 별 하나에
쓸쓸함과 별 하나에 동경과
별 하나에 시와 별 하나에 어머니, 어머니, 어머님
나는 별 하나에 아름다운 말 한 마디씩 불러 봅니다
소학교 때 책상을 같이 했던 아이들의 이름과
패, 경, 옥, 이런 이국 소녀들의 이름과,
벌써 아기 어머니 된 계집애들의 이름과 가난한
이웃 사람들의 이름과
비둘기, 강아지, 토끼, 노새, 노루, 프랑시스 잼,
라이너 마리아 릴케, 이런 시인의
이름을 불러봅니다
이네들은 너무나 멀리 있습니다
별이 아스라이 멀 듯이
어머님, 그리고 당신은 멀리
북간도에 계십니다
나는 무엇인지 그리워 이 많은 별빛이
내린 언덕 위에
내 이름자를 써 보고
흙으로 덮어 버리었습니다
딴은 밤을 새워 우는 벌레는
부끄러운 이름을 슬퍼하는
까닭입니다
그러나 겨울이 지나고 나의 별에도
봄이 오면
무덤 위에 파란 잔디가 피어나듯이
내 이름자 묻히 언덕 위에도
자랑처럼 풀이 무성할 거외다.
하늘과 바람과 별과 시(詩
윤동주
서시(序詩)
죽는 날까지 하늘을 우러러
한 점 부끄럼이 없기를,
잎새에 이는 바람에도
나는 괴로워했다.
별을 노래하는 마음으로
모든 죽어가는 것을 사랑해야지
그리고 나한테 주어진 길을
걸어가야겠다.
오늘 밤에도 별이 바람에 스치운다.
<1941.11.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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詩人 尹東柱之墓
무덤 속에서도 만나보고 싶은 사람이 있다
무덤 속에서도 바라보고 싶은 별들이 있다
잎새에 이는 바람은 잠이 들고
바다는 조용히 땅에 눕는다
그 얼마나 어둠이 깊어갔기에
아침도 없이 또 밤은 오는가
무덤 속에서도 열어보고 싶은 창문이 있다
무덤 속에서도 불러보고 싶은 노래가 있다
/정 호 승