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학/유명 시인의 시
시를 평론한다는 사람들에게 류시화
이태일, 태라라
2011. 6. 9. 06:59
 |
시를 평론한다는 사람들에게 류시화
안녕! 내 혼의 무게로 쓰여진 이 시들을 이해하려면
너 또한 네 혼의 무게로 잠 못 이루어야지
어디, 나와 함께
이 낯선 저녁 안개 속을 지나갈까?
손잡고서
그러나 조심하거라
저 나뭇가지 위에 무서운 검은새가 있어
너의 눈을 공격할까
두려우니
이곳은 시인들이 사는 이상한 나라가 아닌가
벌레들이 내 시집의 네 귀퉁이를 갉아먹고
나는 너의 두꺼운 안경이 무서워
아, 무서워
신발을 내던지고 모래언덕 너머로 달아나는데
너는 어느 별에서 왔길래 그토록
어려운 단어들을 가방 속에 넣고 있니?
머리가 아프겠구나
머리를 식힐 겸
우리 그 별의 이야기를 동무삼아
더 나아갈 수 없는 곳에 이를 때까지
이 저녁 안개 속을
한번 헤쳐가 볼까?
죽음 너머의 세계를 너는 보았니?
아니다, 너에게는 너만의 세계가 있는 것이겠지
너 또한 시로 표현할 수 없는
그 무엇인가 있겠지
버림받은 어린시절, 그 상처 같은 것
슬픔 또는 허무 같은 것
안녕! 잘 자라, 아가야
지상에서 잠시 류시화라고 불리웠던 /류시화
무릎까지 바지를 걷어올리고
별들이 가득 내린 강을 건너다가
그만 별에 발을 찔렸습니다
지금은 집에 돌아와
그 옛날 내가 떠나온 별에게
긴 편지를 씁니다 어떤 영혼은
별에서 왔다는
별에서 와서 고독하다는
그 말을 내 집 지붕에 얹어둡니다
이 짧은 지상의 삶과는
다른 삶이 있다는 것을
나는 잊지 않았습니다
내가 띄운 편지가 그 별에 가 닿았는지
내 집 지붕 위에서 별 하나가 흔들립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