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학/유명 시인의 시

윤동주 무덤 앞에서/정호승

이태일, 태라라 2012. 7. 21. 04:43
    윤동주 무덤 앞에서 정호승 이제는 조국이 울어야 할 때다 어제는 조국을 위하여 한 시인이 눈물을 흘렸으므로 이제는 한 시인을 위하여 조국의 마른 잎새들이 울어야 할 때다 이제는 조국이 목숨을 버려야 할 때다 어제는 조국을 위하여 한 시인이 목숨을 버렸으므로 이제는 한 젊은 시인을 위하여 조국의 하늘과 바람과 별들이 목숨을 버려야 할 때다 죽어서 사는 길을 홀로 걸어간 잎새에 이는 바람에도 괴로웠던 사나이 무덤조차 한 점 부끄럼 없는 죽어가는 모든 것을 사랑했던 사나이 오늘은 북간도 찬 바람결에 서걱이다가 잠시 마른 풀잎으로 누웠다 일어나느니 저 푸른 겨울하늘 아래 한 송이 무덤으로 피어난 아름다움을 위하여 한 줄기 해란강은 말없이 흐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