짙은 안갯속에서
-이태일(태라라)-
술 없이는 혼자여야 한다는 생각이
나를 억누르지 않았는가
그래서 내 주변의 모든 만남을
뒹구는 술병 정도로 생각하진 않았는가
마음을 비운다는 것이
정녕 아름다운 삶을 잃은 것이 아닌가
원래 나의 모습이 아니다
지난날을 거니는 것도 아니고
오늘 밤을 헤매며 잠 못 드는데
갈 길에 안개만이 진하게 몰려온다
어쩔 수 없는 사람이 모인 알코올 병원에선
어둠을 극복한 사람으로 금메달이란다
앞을 보지 못해 고민하는 내가
홀로 가는 길에 어둠 속의 내가
생각에 또 다른 생각이 꼬리를 물며 늘어지고
창문 틈으로 새벽이 들어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