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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학/유명 시인의 시

시를 평론한다는 사람들에게 류시화

by 이태일, 태라라 2011. 6. 9.
    시를 평론한다는 사람들에게 류시화 안녕! 내 혼의 무게로 쓰여진 이 시들을 이해하려면 너 또한 네 혼의 무게로 잠 못 이루어야지 어디, 나와 함께 이 낯선 저녁 안개 속을 지나갈까? 손잡고서 그러나 조심하거라 저 나뭇가지 위에 무서운 검은새가 있어 너의 눈을 공격할까 두려우니 이곳은 시인들이 사는 이상한 나라가 아닌가 벌레들이 내 시집의 네 귀퉁이를 갉아먹고 나는 너의 두꺼운 안경이 무서워 아, 무서워 신발을 내던지고 모래언덕 너머로 달아나는데 너는 어느 별에서 왔길래 그토록 어려운 단어들을 가방 속에 넣고 있니? 머리가 아프겠구나 머리를 식힐 겸 우리 그 별의 이야기를 동무삼아 더 나아갈 수 없는 곳에 이를 때까지 이 저녁 안개 속을 한번 헤쳐가 볼까? 죽음 너머의 세계를 너는 보았니? 아니다, 너에게는 너만의 세계가 있는 것이겠지 너 또한 시로 표현할 수 없는 그 무엇인가 있겠지 버림받은 어린시절, 그 상처 같은 것 슬픔 또는 허무 같은 것 안녕! 잘 자라, 아가야 지상에서 잠시 류시화라고 불리웠던 /류시화 무릎까지 바지를 걷어올리고 별들이 가득 내린 강을 건너다가 그만 별에 발을 찔렸습니다 지금은 집에 돌아와 그 옛날 내가 떠나온 별에게 긴 편지를 씁니다 어떤 영혼은 별에서 왔다는 별에서 와서 고독하다는 그 말을 내 집 지붕에 얹어둡니다 이 짧은 지상의 삶과는 다른 삶이 있다는 것을 나는 잊지 않았습니다 내가 띄운 편지가 그 별에 가 닿았는지 내 집 지붕 위에서 별 하나가 흔들립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