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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학/유명 시인의 시

정호승

by 이태일, 태라라 2011. 5. 21.
       
     절벽에 대한 몇 가지 충고 /정호승
    절벽을 만나거든 그만 절벽이 되라
    절벽 아래로 보이는 바다가 되라
    절벽 끝에 튼튼하게 뿌리를 뻗은 
    저 솔가지 끝에 앉은 새들이 되라
    절벽을 만나거든 그만 절벽이 되라
    기어이 절벽을 기어오르는 저 개미떼가 되라
    그 개미떼들이 망망히 바라보는 수평선이 되라
    누구나 가슴속에 하나씩 절벽은 있다
    언젠가는 기어이 올라가야 할
    언젠가는 기어이 내려와야 할
    외로운 절벽이 하나씩 있다
     마음이 가난한 사람들에게 /정호승
    슬픔의 가난한 나그네가 되소서.
    하늘의 별로서 슬픔을 노래하며
    어디에서나 간절히 슬퍼할 수 있고
    어디에서나 슬픔을 위로할 수 있는
    슬픔의 가난한 나그네가 되소서. 
    슬픔처럼 가난한 것 없을지라도
    가장 먼저 미래의 귀를 세우고
    별을 보며 밤새도록 떠돌며 가소서.
    떠돌면서 슬픔을 노래하며 가소서.
    별 속에서 별을 보는 나그네 되어
    꿈 속에서 꿈을 보는 나그네 되어
    오늘밤 어느 집 담벼락에 홀로 기대보소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