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시/이해인
제대로 옷을 못 입어 볼품 없어도
키운 정 때문에 버릴 수 없는 나의 시(詩),
써도 써도 끝까지 부끄러운 나의 시(詩)는
나를 닮아 언제나 혼자서 사는 게지.
맨몸으로 펄럭이는 제단 위의 촛불 같은 나의 언어,
나의 제물. 내가 너를 만나면 길이 열린다.
아직 그 누구도 밟지 않은 하얀 새벽길,
그 곳에 비로소 설레이는 나의 하루가 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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