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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태일 태라라의 시

시 밭에서~~~~~~~~~~~~~~~~~~김정호/행복의 나라로

by 이태일, 태라라 2011. 11. 26.
시 밭에서 글/이태일 태라라


알코올이 주식이었을 때는
낮에는 시인이었고
밤에는 소설가였지
매일 밤마다 두 시간쯤 쓴 소설은
생각만이 녹음해야지
말로만 쓴 소설은
안개가 되어 이슬과 함께 사라졌고

부들부들 손을 떨면서
가슴은 더욱 떨면서
소주 한 병으로 점심을 끝내야
몸이 움직였고 가슴은 시였고
말 한마디가 시였고

이제 시 밭으로 오니
그때 내 머릿속에
담아 놓았던 시들은
빗물과 함께 땅속으로
스며들어 흔적도 없고

보일러 세게 틀어 놓았으면서
창문은 열어 놓고
담배를 연속으로 내 뿜어 보아도
입속에서 유치한 말 한마디 맴돌 뿐

내 머리를 탓해야 하는지
술을 탓해야 하는지
과거를 탓한들 무엇하리

받아들임으로 남은 삶 보내야지
기름 부어대고 장작 나무 집어넣고
불타오르고, 오르고 타올라야지

시 밭에서 평온 찾고
시의 향기에 취하며 웃음 짓다가
시구가 떠오르면
기쁨에 완성하려고 흥분하지

술 대신 밥 잘 먹고
알몸이 되어 커피 향에 젖으면
이것이 여유이고
행복인 것을
이 따뜻한 방 안이 천국이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