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 밭에서 글/이태일 태라라 알코올이 주식이었을 때는 낮에는 시인이었고 밤에는 소설가였지 매일 밤마다 두 시간쯤 쓴 소설은 생각만이 녹음해야지 말로만 쓴 소설은 안개가 되어 이슬과 함께 사라졌고 부들부들 손을 떨면서 가슴은 더욱 떨면서 소주 한 병으로 점심을 끝내야 몸이 움직였고 가슴은 시였고 말 한마디가 시였고 이제 시 밭으로 오니 그때 내 머릿속에 담아 놓았던 시들은 빗물과 함께 땅속으로 스며들어 흔적도 없고 보일러 세게 틀어 놓았으면서 창문은 열어 놓고 담배를 연속으로 내 뿜어 보아도 입속에서 유치한 말 한마디 맴돌 뿐 내 머리를 탓해야 하는지 술을 탓해야 하는지 과거를 탓한들 무엇하리 받아들임으로 남은 삶 보내야지 기름 부어대고 장작 나무 집어넣고 불타오르고, 오르고 타올라야지 시 밭에서 평온 찾고 시의 향기에 취하며 웃음 짓다가 시구가 떠오르면 기쁨에 완성하려고 흥분하지 술 대신 밥 잘 먹고 알몸이 되어 커피 향에 젖으면 이것이 여유이고 행복인 것을 이 따뜻한 방 안이 천국이지.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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