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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학/유명 시인의 시

홍수/안도현

by 이태일, 태라라 2013. 2. 28.
 
    홍수/안도현 강물은 어금니 악물고 결심했을 것이다 들녘이 넓다는데 도대체 얼마나 넓은지 직접 한번 측량해 보겠다고 고심 끝에 강둑을 왈칵 밀어젖혔을 것이다 들에 큰물이 졌구나 어머니가 일찍 나를 깨운 아침 나는 동네 어귀까지 밀려든 자기 몸으로 세상을 다 이룬 그 흙탕물이 눈부셔서 강물이 그렇게 자랑스러웠지만 내 삶이 홍수로 때아닌 집중 피해 당하는 건 솔직히 겁났던 게 사실이다 상류에 댐이 막아서면서부터였을 것이다 참을 수 없이 보고 싶은 것들 많아도 기어이 참고 또 참아야 어른이 된다기에 나는 내내 가슴이 아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