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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학/유명 시인의 시

연탄/무정 정정민

by 이태일, 태라라 2013. 3. 29.
    연탄/무정 정정민 시흥전철역 광장 수많은 시민이 전철을 타기 위해 가고 내려서 집으로 돌아가는 발길이 분주하다. 그 오른편에 작은 주차장이 있어 나는 주차하고 큰딸을 기다리고 있었다. 서울역에서 전철을 타고 이곳에 내려 관악산 자락에 있는 금천 청소년 회관으로 가는 딸을 태우고 가기 위해서다. 드럼을 배우겠다고 하는데 퇴근 시간과 드럼강습시간이 잘 맞지 않아 마을버스를 타고 가면 늘 늦기 때문에 내가 대기하고 있는 것이다. 벌써 3년 전의 일이다. 주차하고 오가는 사람을 보노라면 내가 주차한 곳 뒤편에서 화물차가 나오기도 하고 들어가기도 한다. 그런데 한결같이 시커먼 차다. 바로 연탄을 실어 나르는 차들이었던 것이다. 그 건물로 들어가기 위해서 작은 개울을 건너야 하는데 이렇게 시커먼 곳에 물까지 있어 무척 비위생적이라 생각하기도 했었다. 이제 와 생각하니 연탄재를 청소하는 기능의 물이었던 것으로 생각된다. 이곳에 연탄공장이 있다는 말은 오래전에 들었다. 하지만, 관심을 두지 않았다. 연탄을 살 일도 장사도 하지 않기 때문에 연탄은 나와 무관했던 것이다. 하지만, 얼마전 방송에서 서울에 마지막 남은 연탄공장이란 말을 듣고 다시 관심을 가져 보았다. 나도 연탄을 사용해 보았다. 연탄으로 음식을 조리하기도 했고 난방을 하기도 했기 때문이다. 연탄창고에 한겨울 사용할 연탄을 가득 채워두면 부자가 된 기분이 들었던 기억도 있다. 그것만이 전부가 아니다. 연탄가스를 마시고 죽을 뻔한 일도 있었다. 전주에 살 적에 방바닥이 갈라져 들어온 연탄가스가 나와 친구를 중독 시켜 친구는 사경을 헤매다 깨어났고 나는 구토를 심하게 하였다. 이 연탄가스 중독은 내가 경험한 바로는 술을 많이 먹어 혼미한 것과 유사했고 배를 타고 가다 멀미를 하는 것과 유사했다. 가슴이 울렁거리고 자꾸 구토가 났었다. 이 연탄이 꺼지기라도 하면 숯을 사다가 살리느라고 부엌이 온통 연기로 가득 찼던 때도 있었다. 나중에 번개탄이 나와 얼마나 편리했는지 모른다. 또 연탄이 잘 타지 않는 집은 굴뚝에 연탄가스 배출기를 설치하여 연탄이 아주 잘 타도록 도왔던 것도 기억한다. 이제 전설이 되어 사라지는 연탄 서울에 마지막 남은 시흥역 연탄공장 내가 그 근처에 산다는 것이 이상하게 연탄에 대한 글을 쓰게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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