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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학/유명 시인의 시

문태준/가 재 미

by 이태일, 태라라 2011. 4. 19.
    가 재 미/문태준 김천의료원 6인실 302호에 산소마스크를 쓰고 암 투병 중인 그녀가 누워 있다 바닥에 바짝 엎드린 가재미처럼 그녀가 누워있다 나는 그녀의 옆에 나란히 한 마리 가재미로 눕는다 가재미가 가재미에게 눈길을 건네자 그녀가 울컥 눈 물을 쏟아낸다 한쪽 눈이 다른 한쪽 눈으로 옮아 붙은 야윈 그녀가 운다 그녀는 죽음만을 보고 있고 나는 그녀가 살아온 파 랑 같은 날들을 보고 있다 좌우를 흔들며 살던 그녀의 물속 삶을 나는 떠올린다 그녀의 오솔길이며 그 길에 돋아나던 대낮의 뻐꾸기 소리며 가늘은 국수를 삶던 저녁이며 흙담조차 없었던 그녀 누대의 가계를 떠올린다 두 다리는 서서히 멀어져 가랑이지고 폭설을 견디지 못하는 나뭇가지처럼 등뼈가 구부정 해지던 그 겨울 어느 날을 생각한다 그녀의 숨소리가 느릅나무 껍질처럼 점점 거칠어 진다 나는 그녀가 죽음 바깥의 세상을 이제 볼수 없다는 것을 안다 한쪽 눈이 다른 쪽 눈으로 캄캄하게 쏠려 버렸다는 것을 안다 나는 다만 좌우를 흔들며 헤엄쳐 가 그녀의 물속에 나란히 눕는다 산소호흡기로 들이마신 물을 마른 내 몸 위에 그녀 가 가만히 적셔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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