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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학/유명 시인의 시

별 헤는 밤 윤동주

by 이태일, 태라라 2011. 6. 8.
      별 헤는 밤 윤동주 계절이 지나가는 하늘에는 가을로 가득 차 있습니다 나는 아무 걱정도 없이 가을 속의 별들을 다 헤일 듯합니다 가슴 속에 하나 둘 새겨지는 별을 이제 다 못 헤는 것은 쉬이 아침이 오는 까닭이요 내일 밤이 남은 까닭이요 아직 나는 청춘이 다하지 않은 까닭입니다 별 하나에 추억과 별 하나에 사랑과 별 하나에 쓸쓸함과 별 하나에 동경과 별 하나에 시와 별 하나에 어머니, 어머니, 어머님 나는 별 하나에 아름다운 말 한 마디씩 불러 봅니다 소학교 때 책상을 같이 했던 아이들의 이름과 패, 경, 옥, 이런 이국 소녀들의 이름과, 벌써 아기 어머니 된 계집애들의 이름과 가난한 이웃 사람들의 이름과 비둘기, 강아지, 토끼, 노새, 노루, 프랑시스 잼, 라이너 마리아 릴케, 이런 시인의 이름을 불러봅니다 이네들은 너무나 멀리 있습니다 별이 아스라이 멀 듯이 어머님, 그리고 당신은 멀리 북간도에 계십니다 나는 무엇인지 그리워 이 많은 별빛이 내린 언덕 위에 내 이름자를 써 보고 흙으로 덮어 버리었습니다 딴은 밤을 새워 우는 벌레는 부끄러운 이름을 슬퍼하는 까닭입니다 그러나 겨울이 지나고 나의 별에도 봄이 오면 무덤 위에 파란 잔디가 피어나듯이 내 이름자 묻히 언덕 위에도 자랑처럼 풀이 무성할 거외다. 하늘과 바람과 별과 시(詩 윤동주 서시(序詩) 죽는 날까지 하늘을 우러러 한 점 부끄럼이 없기를, 잎새에 이는 바람에도 나는 괴로워했다. 별을 노래하는 마음으로 모든 죽어가는 것을 사랑해야지 그리고 나한테 주어진 길을 걸어가야겠다. 오늘 밤에도 별이 바람에 스치운다. <1941.11.20>
      詩人 尹東柱之墓 무덤 속에서도 만나보고 싶은 사람이 있다 무덤 속에서도 바라보고 싶은 별들이 있다 잎새에 이는 바람은 잠이 들고 바다는 조용히 땅에 눕는다 그 얼마나 어둠이 깊어갔기에 아침도 없이 또 밤은 오는가 무덤 속에서도 열어보고 싶은 창문이 있다 무덤 속에서도 불러보고 싶은 노래가 있다 /정 호 승