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문학/유명 시인의 시

내가 사랑하는 당신은 / 도종환

by 이태일, 태라라 2011. 6. 23.
      내가 사랑하는 당신은 / 도종환 (낭송 고은하) 저녁숲에 내리는 황금빛 노을이기보다는 구름 사이에 뜬 별이었음 좋겠어 내가 사랑하는 당신은 버드나무 실가지 가볍게 딛으며 오르는 만월이기보다는 동짓달 스무 날 빈 논길을 쓰다듬는 달빛이었음 싶어 꽃분에 가꾼 국화의 우아함보다는 해가 뜨고 지는 일에 고개를 끄덕일 줄 아는 구절초 이었음 해 내 사랑하는 당신이 꽃이라면 꽃 피우는 일이 곧 살아가는 일인 콩꽃 팥꽃이었음 좋겠어 이 세상의 어느 한 계절 화사히 피었다 시들면 자취 없는 사랑 말고 저무는 들녘일수록 더욱 은은히 아름다운 억새풀 처럼 늙어갈 순 없을까 바람 많은 가을 강가에 서로 어깨를 기댄 채 우리 서로 물이 되어 흐른다면 바위를 깎거나 갯벌 허무는 밀물 썰물보다는 물오리떼 쉬어가는 저녁 강물이었음 좋겠어 이렇게 손을 잡고 한 세상을 흐르는 동안 갈대가 하늘로 크고 먼 바다에 이르는 강물이었음 좋겠어.

'문학 > 유명 시인의 시' 카테고리의 다른 글

길 위에서의 생각/류시하  (0) 2011.08.19
가치 - 에바 스트리트마터(중세 독일의 여류시인)  (0) 2011.08.16
행복과 불행 사이/황금찬  (0) 2011.06.22
별을 찾아라/황금찬  (0) 2011.06.22
\황금찬  (0) 2011.06.2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