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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학/유명 시인의 시

교과서의 시

by 이태일, 태라라 2013. 8. 5.
      먼 후일 - 김소월 먼 훗날 당신이 찾으시면 그때에 내 말이 잊었노라. 당신이 속으로 나무라면 '무척 그리다가 잊었노라' 그래도 당신이 나무라면 '믿기지 않아서 잊었노라 오늘도 어제도 아니 잊고 먼 훗날 그 때에 '잊었노라' 길 _ 김소월 어제도 하로밤 나그네 집에 가마귀 가왁가왁 울며 새었소. 오늘은 또 몇 십 리 어디로 갈까. 산으로 올라갈까 들로 갈까 오라는 곳이 없어 나는 못 가오. 말 마소. 내 집도 정주 곽산 차 가고 배 가는 곳이라오. 여보소. 공중에 저 기러기 공중엔 길 있어서 잘 가는가? 여보소, 공중에 저 기러기 열십자 복판에 내가 섰소. 갈래갈래 갈린 길 길이라도 내게 바이 갈 길은 하나 없소. 금잔디 _ 김소월 잔디 잔디 금잔디 심심 산천에 붙은 불은 가신 임 무덤 가에 금잔디 봄이 왔네, 봄이 왔네. 버드나무 끝에도 실가지에 봄빛이 왔네, 봄날이 왔네 심심 산천에도 금잔디에 바다와 나비 _ 김기림 아무도 그에게 바다를 알려 준 일이 없기에 흰 나비는 도무지 바다가 무섭지 않다. 흰 무우밭인가에서 내려갔다가는 어린 날개가 물결에 저려서 공주처럼 지쳐서 돌아온다. 3월달 바다가 꽃이 피지 않아서 서글픈 나비 허리에 새파란 초생달이 시리다 바다를 본 일이 없는, 그래서 그 깊이를 모르는 나비는 바다가 무섭지 않다. 자유롭게 날갯짓을 하며 여기저기 기웃거리다 청무밭인가 해서 잠시 날개를 쉬려 내려앉았으나 차가운 바다 물결에 그만 어린 날개가 젖고 만다. 너무 멀리 온 탓일까 아니면 젖은 날개 탓일까. 힘겹게 지쳐 돌아온 나비에겐 아직 꽃이 피지 않은 3월의 바다(청무밭)가 서글프고 젖은 날개 허리에 걸린 밤바다의 초승달이 시릴 뿐이다. 겁 없이 비행에 나선 나비에게서 나는 모더니스트 청년 김기림을 떠올린다. 새로운 문명과 도시의 아이들을 주장한 근대 모더니스트. 그러나 정작 높이 평가받는 작품은 문명과 도시를 노래한 것이 아니라 근대적 언어와 감수성을 보여준 이 시를 비롯한 몇몇 작품이라는 아이러니를 그는 어떻게 생각할까.  ;곽효환·시인·대산문화재단 사무국장 데생 _ 김광균 향료를 뿌린 듯 곱다른 노을 위에 전신주 하나하나 기울어지고 먼 - 고가선 위에 밤이 켜진다. 구름은 보라빛 색지 위에 마구 칠한 한 다발 장미. 목장의 깃발도, 능금나무도 부을면 꺼질 듯이 외로운 들길. 참회록--윤동주 파란 녹이 낀 구리 거울 속에 내 얼굴이 남아 있는 것은 어느 왕조의 유물이기에 이다지도 욕될까. 나는 나의 참회의 글을 한 줄에 줄이자. 만 이십사 년 일 개월을 무슨 기쁨을 바라 살아 왔던가. 내일이나 모레나 그 어느 즐거운 날에 나는 또 한 줄의 참회록을 써야 한다. 그 때 그 젊은 나이에 왜 그런 부끄런 고백을 했던가. 밤이면 밤마다 나의 거울을 손바닥으로 발바닥으로 닦아 보자. 그러면 어느 운석밑으로 홀로 걸어가는 슬픈 사람의 뒷모양이 거울 속에 나타나온다. 귀천 - 천상병 나 하늘로 돌아가리라 새벽빛 와 닿으면 스러지는 이슬 더불어 손에 손을 잡고, 나 하늘로 돌아가리라 노을빛 함께 단 둘이서 기슭에서 놀다가 구름 손짓하면은, 나 하늘로 돌아가리라 아름다운 이 세상 소풍 끝내는 날, 가서, 아름다웠더라고 말하리라...... 꽃을 위한 서시 -김춘수 나는 시방 위험한 짐승이다. 나의 손에 닿으면 너는 미지의 까마득한 어둠이 된다. 존재의 흔들리는 가지 끝에서 너는 이름도 없이 피었다 진다. 눈시울에 젖어 드는 이 무명의 어둠에 추억의 한 접시 불을 밝히고 나는 한밤내 운다. 나의 울음은 차츰 아닌 밤 돌개바람이 되어 탑을 흔들다가 돌에까지 스미면 금이 될 것이다. ...... 얼굴을 가리운 나의 신부여. 가지 않은 길 - 프로스트- 노란 숲 속에 길이 두 갈래 났었습니다. 나는 두 길을 다 가지 못하는 것을 안타깝게 생각하면서 오랫동안 서서 한 길이 굽어 꺽여 내려간 데까지 바라다 볼 수 있는 데까지 멀리 바라다보았습니다. 그리고, 똑같이 아름다운 다른 길을 택했습니다. 그 길에는 풀이 더 있고 사람이 걸은 자취가 적어, 아마 더 걸어야 될 길이라고 나는 생각했던 게지요. 그 길을 걸으므로, 그 길도 거의 같아질 것이지만, 그날 두 길에는 낙엽층 밟은 자취는 없었습니다. 나는 다음 날을 위하여 한 길은 남겨 두었습니다. 길은 길에 연하여 끝없으므로 내가 다시 돌아올 것을 위심하면서 훗날에 훗날에 나는 어디선가 한숨을 쉬며 이야기할 것입니다. 숲 속에 두 갈래 길이 있었다고, 나는 사람이 적게 간 길을 택하였다고 그리고 그것 때문에 모든 것이 달라졌다고 가을에는 사랑하게 하소서...... 오직 한 사람을 택하게 하소서. 가장 아름다운 열매를 위하여 이 비옥한 시간을 가꾸게 하소서. 가을에는 호올로 있게 하소서...... 나의 영혼, 굽이치는 바다와 백합의 골짜기를 지나 마른 나뭇가지 위에 다다른 까마귀같이. 로버트 리 프로스트 : 미국의 시인 (1874 ~ 1963 ), 샌프란시스코에서 태어남. 뉴 햄프셔의 농장에서 오랫동안 생활한 그는 , 그 지방의 아름다운 자연을 맑고 쉬운 언어로 표현하였다. 그는 자연 속에서 인생의 깊고 상징적인 의미를 찿으려고 노력한 시인이었으며 , 20세기 미국 최대의 시인으로 4회에 걸쳐 <퓰리처상 >을 받았다. 작품으로는 시, 「소년의 의지 」와 「보스턴의 북쪽 」과 「시, 모음집 」의 시집이 있다. * 「가지 않은 길 」은 프로스트가 실의에 빠져 있던 20대 중반에 쓴 시다. 변변한 직업도 없고 문단에서도 인정받지 못했던 시기였고 이 대학 저 대학에서 공부는 했으나 학위를 받지는 못한 채 기관지 계통의 질병에 시달리고 있었다. 당시 집 앞에는 숲으로 이어지는 두 갈래 길이 있었는데 그 길과 자신이 살아온 인생을 돌아보며 이 시를 썼다고 한다. 이 시의 제목은 「가지 않은 길 」「가지 못한 길 」「가 보지 않은 길 」「걸어 보지 못한 길 」「택하지 않은 길 」등으로 번역 되었는데 나는 선택적 의지가 강조된 「가지 않은 길 」로 번역된 것을 좋아 한다. (이상은 시인이며 문학평론가인 정끝별님의 작품해설에서 발췌한 내용임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