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문학/유명 시인의 시

거리에서 /류시화

by 이태일, 태라라 2011. 4. 12.
      
        거리에서 /류시화
      거리에서
      한 남자가 울고 있다
      사람들이 오가는 도시 한복판에서
      모두가 타인인 곳에서
      지하도 난간 옆에 새처럼 쭈그리고 앉아
      한 남자가 울고 있다
      아무도 그 남자가 우는 이유를 알지 못한다
      그리고 아무도 그 눈물의 의미를 알지 못한다
      거리에서 한 남자가 울고 있다
      한 세기가 저물고
      한 세기가 시작되는 곳에서
      모두가 타인일 수밖에 없는 곳에서
      한 남자가 울고 있다
      신이 눈을 만들고 인간이 눈물을 만들었다고
      나는 생각하지 않는다
      나 역시 그가 우는 이유를 알지 못한다
      나는 다만 그에게
      무언의 말을 전할 수밖에 없다
      세상에서 가장 강한 것은 
      눈물이라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