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학/유명 시인의 시
타는 목마름으로/김지하
by 이태일, 태라라
2015. 12. 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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타는 목마름으로
김지하
신새벽 뒷골목에
네 이름을 쓴다 민주주의여
내 머리는 너를 잊은 지 오래
내 발길은 너를 잊은 지 너무도 너무도 오래
오직 한가닥 있어
타는 가슴 속 목마름의 기억이
네 이름을 남 몰래 쓴다 민주주의여
아직 동 트지 않은 뒷골목의 어딘가
발자욱소리 호르락소리 문 두드리는 소리
외마디 길고 긴 누군가의 비명소리
신음소리 통곡소리 탄식소리 그 속에 내 가슴팍 속에
깊이 깊이 새겨지는 네 이름 위에
네 이름의 외로운 눈부심 위에
살아오는 삶의 아픔
살아오른 저 푸르른 자유의 추억
되살아오는 끌려가던 벗들의 피묻은 얼굴
떨리는 손 떨리는 가슴
떨리는 치떨리는 노여움으로 나무판자에
백묵으로 서툰 솜씨로 쓴다.
숨죽여 흐느끼며
네 이름을 남 몰래 쓴다.
타는 목마름으로
타는 목마름으로
민주주의여 만세
타는 목마름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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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그만 민주주의 집
외로운 사람, 2006년
수많은 사람의 피, 피
오늘의 민주주의 이루었는데
독재자 시절이
좋았다고 말하는 사람 보면
바위에 얼굴을 부딪쳐
피 흘리며
피 뱉으며 욕하고 싶다
"때려잡자 김일성 이룩하자 유신과업"
이런 구호 외치며
군시절 보낼 때는 몰랐다
궁정동 총소리
80년의 봄
민주주의 맛, 맛
그 맛본 사람들이 전국을 흔들었고
또 다른 독재자는
최루탄 가스, 가스로
가스 연기 속에 간첩으로, 감옥으로
5월 13, 14, 15 "전두환 물러가라!"
다음 날 계엄령, 대학교에 탱크 진입
다음다음 날 5.18
총으로, 죽음으로
폭도라는 누명 쓰며
피 흘리면서 죽음으로
죽음은 죽음으로 끝나고
고통은 고통 삼키며 끝나는가 싶더니
위대한 국민은 또 피 흘리며
참 사랑의 승리, 피의 승리
6.29 항복선언
그리고 정부 바뀌며
민주주의 위하여 흘린 피, 피
굳혀 벽돌 만들고
누명 모아 담장치고
그때의 함성 모아, 국민의 뜻 모아
조그만 민주주의 집 지었는데
독재자 시절이
좋았다고 말하는 사람 보면
바위에 얼굴을 부딪쳐
피 흘리며
피 뱉으며 욕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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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 12가 쿠데타인 걸 형은 알아요?
모든 국민이 속고 있는 거예요
언론이 전두환의 꼭두각시라고요
13, 14, 15일 대규모 시위가 있는데 내가 주동자예요
나 목숨 걸고 해요."
이렇게 말하고 사라진 강훈을 찾을 수가 없습니다
이 쪽지를 강훈에게 날립니다
어디에 있는지 부디 받아다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