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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태일 태라라의 시

젖어듦~~~~~~~~~~~~~~~~~~~~~~한사람/양희은

by 이태일, 태라라 2014. 6. 8.
젖어듦 이태일(태라라)

서쪽 하늘에 뜨는 구름은
멋진 석양에 젖었다
홍등가의 아가씨 웃음은
여고생 때에
클릭 한 번의 잘못으로
붉은 잉크가 백색의 교복을 적셨다

폐지를 줍는 사람의 눈에는
종이에 젖어든
자신의 정신을 모른다

이사하는 날,
미련한 장롱은 문을 열어 놓았고
둘둘 말아놓은 동양화 뭉치는
폐지로 둔갑했다

안갯속을 오래 걸으면서
무섭게도 젖어듦을 몰랐다

지금 빗속을 걷는 이유는
젖은 뇌를 말리려 함이다

중독에 젖어있던지
그리움에 젖어있던지
말리는 데 평생이 걸린다

타던 노을도 젖으면
비로 내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