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이태일 태라라의 시

연필 세 자루는 반세기가 되었다

by 이태일, 태라라 2014. 1. 22.
연필 세 자루는 반세기가 되었다
                                           이태일, 태라라

가슴에 촉촉한 비가 내리면
벗이 된 커피는 가끔 유년으로 보낸다
등교할 때 문방구 앞은 북적였지

당연히 뽑힐 줄 알았던 내 그림,
바쁘게 움직이는 눈동자가
서서히 변했을 거고
측은한 내 모습이었나 보다
"너 왜 그러고 있니?"
"내 그림이 안 뽑혀서요"
"어디 보자. 이름이 뭐더라?"
"이태일요"
" 음, 이것이구나 잘 그렸어. 오등이야.
오등이면 연필이 세 자루야.
여기 있다."

그 연필로 시(詩)를 쓴다
나는 시를 쓸 수 있는
연필을 준 적이 있는가
천사 마음은 지금도 향기 그윽하다
이 향기를
누구에게 어떻게 주어야 보답할 수 있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