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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태일 태라라의 시363

종점, 한 정거장 앞에서 종점, 한 정거장 앞에서/ 이태일, 태라라 버스가 멈춤이다 뒤돌아 보고 아스라이 스치는 가지가지 원하지 않게 뺨이 적셔진다 너스레 웃어도 보고 잊으려 해도 모두가 그 자리에서 맴돈다 앞만 보았다가 뒤만 볼 수밖에 순간순간 얼마나 지독했는가 밟혀도 안 부서지는 그 절박함으로 아들딸에게 아빠의 삶을 나뭇잎에 적는다 나뭇잎이 부서지고 다른 나뭇잎에 또 적고 또 부서지고 미안해. 2022. 11. 17.
10.29 참사 10.29 참사/이태일, 태라라 지도자의 술판이거나 설음에 어둠이 더해져 바닷속 세월호의 죽음이거나 10.29 참사로 텅 비었는데 누른다는 소리 슬픔을 토해내는 소리, 정상세포인지 암세포인지 슬픈 노래로 채운다 노래가 없으면 국화 한 송이가 되겠다. 2022. 11. 4.
시간이 나를 누름에 대하여 시간이 나를 누름에 대하여 태라라 잘 난 척해도 좋다 진짜 잘났으면 더 좋다 그냥 그 정도 선에서 몰라도 좋다 생각이 무엇인지 알 수 없게 말이 없으면 싫다 늙어간다는 것은 알고 모르고를 차별하지 않는다 늙어감은 모두 같아진다 끝이 멀지 않기에 너그러워지는 것이다 내일 끝남도 아닌데 멀지는 않았음인데 사과나무를 심을 마음이 없다. 2022. 10. 27.
삶의 끝물에서 삶의 끝물에서/태라라, 이태일 지난날, 알코올 병원에서 내 의지로 안 되고 신의 뜻임을 받아들였다 암 조직검사 결과를 들을 때 의사의 말을 담담하게 받아들였다 보장받은 반년의 삶 바꿀 수 있는 것들을 찾는다 내 생명을 주고 반년 동안 무엇을 얻을 것인가 장기 기증은 이미 했고 시신 기증은 당연히 할 것이고 생각이 생각을 물고 끝없이 돌아도 몸뚱이만 조각품으로 변한다. 2022. 10. 23.
종점에서 종점에서/이태일,태라라 흐르는 물 따라, 이미 정해진 골 따라 흘렀을 뿐이다. 누가 바꿀 수 있고 어찌 바꿀 수 있었겠는가 악 중에서도 악, 알코올 중독, 우울의 늪이었다고 해도 조금만 아주 조금만... 물욕이 있었으면 아들 딸에게 미안하다 부모님도 이 마음으로 가셨을 거다 아니, 부모님은 물욕이 있었어도 어쩔 수 없는 시대였을 거다 아버지보다 못 한 나 혀가 움직인다 소리를 낼 수 없다. 2022. 10. 19.
깊은 산속 홀로 깊은 산속 홀로 /태라라 우울함 속에서 폭우 속으로 들어간다 내 몸의 구석진 곳까지 모두 젖으면 함성을 지른다 양궁 마지막 화살 10점 금메달이다 초라함과 화려함이 살아온 삶과 뒤섞인다 과거 10, 10 마지막 0점 그 한번의 실수에서 나오려고 산속으로 들어왔다 2021. 7. 17.
탁 까놓고 탁 까놓고 /이태일, 태라라 탁 까놓고 말하는데 거짓이 낄 수 없고 여성스럽게 순수해 보일수록 옹녀의 끼가 있음은 음양의 이치인 것을 변함없이 해와 달이 뜨기에 스커트의 길이가 짧을수록 순진한 걸 모르지 탁 까놓고 말하면 손해 보기에 거짓이 끼어들고 난 당하기만 해왔지 풀 수 없는 수수께끼에 묶여 지는 해로 오늘도 가는 거지 탁 까놓고 말하는 여성을 난 좋아해도 해와 달이 마주친 적이 없는 것을 "탁 까놓고 말해!" "탁 까놓고 사실대로 말하라니까!" 혼자 사는 이유가 있는 거지. 2020. 12. 10.
종착역으로 종착역인 느낌 /이태일, 태라라 ​ 그녀에게 한 걸음 다가서면 그만큼 멀어지는 안타까움​ 한 걸음 다가설 때마다 가까워지는 두근거림 손을 맞잡을 때의 떨림 그리곤 떨어질 것 같았던 느낌 ​ 또 하루가 가는데 늘 허공에서 날갯짓 늙었음에도 뇌는 아직 젊다고 시간은 용서 없이 흘러 흘러 폭포에서 떨어질 것 같은 느낌. 2020. 10. 22.
원시인과 긴 장마의 호흡 원시인의 긴 호흡/태라라 원시인 흉내를 내고 폭우 속, 하늘 향에 두 팔을 벌리면 과거의 고통이 씻겨지고 짜릿함, 시인이 된다 감자, 고추와 된장이면 잘 맞는 궁합이다 삼겹살부터 나의 삶은 길을 잃었었고 지금은 글을 쓴다며 엉성하게 단어를 조립하고 있다. 2020. 8. 10.
누드모델의 평온 누드모델의 평온 /이태일, 태라라 무게 잡는 사람은 이해할 수 없는 몸짓 몸이 조각품이 될 때 진실, 곧 평온함이다 그 연장선으로, 원시인으로 산다 작은 이 호수에 큰 물이 오면 바다로 흘러가겠지 흐르는 세월 따라 늙어 숱한 파도에 더 늙어가도 할아버지로 변한 포즈도 멋져야 돼 그때도 몸뚱이 하나의 맛. 2020. 7. 10.
상처 상처 /태라라, 이태일 잊을 수 없는 것을 어쩌랴 지금의 나를 만들어 여기에 있거늘 모질기도 했던 날이 모이고 파여 볼품없는 땅에 새싹이 올라온다 아픔을 꽃동산으로 만들고 남아 있는 흔적을 한 잔 커피 속에 녹이는 순간 봄바람이 애무한다 상처를 지우라고 2020. 3. 22.
새 소리가 천사의 노래인 것을 새 소리가 천사의 노래인 것을 /이태일(태라라) 지하방에서 산속으로 옮겼어 질서 없이 번식한 두릅은 그냥 그대로 괜찮고 갓난 소나무는 적당한 곳에 자리를 잡아주고 과거를 되새김하며 모두 보듬는 거야 시처럼 살았지 거칠었던 삶처럼 글도 거칠어 노숙을 피한 것이 다행이야 무섭게 느껴졌음이 참 다행이야. 2020. 2. 14.
난 눈물에 익숙해 있다 난 눈물에 익숙해 있다 -이태일, 태라라- 억울함의 종점은 눈물 사랑, 그 끝은 눈물 그것으로 충분해서 나, 지금 여기에 있다 나에게 왔었던 시련들 결국 내 눈물로 보내 버렸다 눈물은 슬픔이 아니라 나의 힘이었고 내 사랑이다 지난 순간이 내 두 눈에 모여 모델의 멋진 조각품으로 포근한 구름 속에 머물기도 했다 눈물이 겨울의 찌꺼기 눈을 녹이고 봄볕으로 온다. 2020. 2. 11.
쉽지는 않은 길에서 2020. 2. 10.
그때 그 노래 그때 그 노래 - 태라라 - 왜 불러! 그 노래들을 불러보자 늙어감을 어찌 멈추랴 그때, 그 노래만이 시곗바늘을 돌릴 수 있기에 그 시대로 돌아가 금지곡들을 함께 불러 볼 수 있다면 그럴 수도 없는 옥죈 세상인가 그건 너! 그건 지금 우리야 그땐 그랬지 그래서 민중가요까지 나왔지 그 노래도 같이 불러보자 긴 머리, 장발 단속에 안 걸려 일어나 2020. 1. 25.
자연 속에서 작은 한 사람 자연 속에서 작은 한 사람/이태일 태라라 틈새에서 난 삶의 고비마다 굴곡져 아래로 처진 소나무 흠뻑 젖으면 좋고 난 하나의 분재로 남은 날들이 나를 만들 거다 내 가슴에 퍼런 멍을 다듬어 노년의 멋을 생각하지 상처를 너그러움으로 가뭄엔 이슬의 맛으로 상처를 추억으로 작아지면서. 2020. 1. 25.
밟으면 밟히는 민들레 밟으면 밟히는 민들레 이태일,태라라 비교하지 않는다 꽂은 모두 아름답다 내 보금자리 뒷산, 앞산 모두 아름답다 옛날 거지가 밥을 충분히 얻어 다리 밑에 모여 맛있게 먹는 모습을 기억한다 모두 행복한 모습으로 난 산속으로 만족의 끝을 찾아왔다 내가 오르는 뒷산을 설악산과 비교한 적이 없다 내가 먹는 라면은 언제나 맛있다 낮에 눈이 쏟아졌고 밤엔 별이 쏟아지고 난 모닥불에 시를 굽는다. 2020. 1. 19.
알코올 병원 보호실 알코올 병원 보호실 /이태일,태라라 도랑물 소리가 빗소리에 묻혔고 겨울비가 우울함을 더한다 휴대폰도 침묵이고 연락처만 밀어 올리다가 놓는다 알코올 병원 보호실 사방이 쇠창살 난 한 마리 동물이 되어 수면 주사 좀 놓아달라고 허전한 데 갈 곳도 없다 쇠창살 안으로 들어간다. 2020. 1. 7.
모두 미완성 그러나 촛불은 완성으로 ---모두 미완성 그러나 촛불은 완성으로--- 이태일, 태라라 전태일의 노동운동을 배우다 지치면 떠나고 남으려면 평화시장 간이 건물 옥상 도시락의 하얀 밥이 나중엔 먼지를 걷어내고, 그 밥을 먹고 다시 시작하라 제주에서 투쟁으로 3만, 혼이 된 넋이 바다 건너 촛불을 비추며 세월호에서 아홉을 찾고 있다 촛불이 완성을 향한다 촛불이 치르는 선거로부터 스스로 꺼질 때까지 촛불이 꺼져도 보일 때까지. 2020. 1. 5.
정조 임금님께 드리는 글 ~~~ 정조 임금님께 드리는 글 -이태일, 태라라- 쌀이 있어야 하는 곳에 아버지가 계셨다 지금 수원성의 기왓장 하나도 알지만 기득권층은 가면을 썼다 드디어 개혁의 칼을 뽑자 칼집 속에서 독이 나왔다 묘하게 정의가 모일 때마다 그 독은 임금을 죽음으로 몰았다 그 지독한 독은 백만 촛불이 모이면 물로 변하는 것을 우린 알았다 정조 임금이시여! 백만 촛불이 나갑니다 님이 못 이룬 개혁을 이룹니다 때가 왔습니다 가장 아름다운 민족에게 숨소리 곱게 나오고 전태일 열사의 혼까지 마중 나오는 그 날이 왔음을. 2019. 11. 21.